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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기

남의 불행을 보며 행복을 깨닫는다?

사람들이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너보다 더 불행하게 사는 사람도 많으니까 희망을 가져."
"이걸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감사한 줄 알아."

본인이 불행하다는 생각에 빠져 우울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면 들리는 말이다.
물론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위로하려고 한 말이겠지만 '과연 이 말이 불행한 사람을 위한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그렇다면 비교당하는 가장 불행한 사람들은 위로해줄 방법이 없는 게 아닐까?
불행의 순위를 매겨 상위권에 속한 사람들은 비교당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내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저런 말을 듣고 정말 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생각하며
'나는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내 삶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는 내가 온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고,
모두가 나보다 행복한 것만 같다.
그 감정의 구렁텅이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저런 말을 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본인이 눈앞에 있는 우울한 기운을 내뿜는 존재보다 행복해서가 아닐까 싶다.
행여나 본인의 행복이 어두운 잉크로 조금이나마 물들까 상대방에게 공감하기를 외면하고,
본인도 모르게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이다.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슬픔을 기꺼이 반씩이나 가져가줄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스누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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