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사다난했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2년마다 열리는, 어쩌면 익숙해질 법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경기를 치르고 있는 선수들을 TV로 볼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특수한 상황이다보니 유난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각국의 선수들은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에 등장한다. 그래서 긴장한 표정이나 결의에 찬 표정,
때로는 기대가 넘치는 표정을 직접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눈빛만으로 그 열의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도마 종목에서 그 눈빛에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지면에서 도약해서 최대한 많이 돌고, 아름답게 착륙하기 위해서 달려가는 모습은 선수마다 다르지만 그 눈빛은 모두 같다.
허공에 있는 수 초내로 결과가 정해지는 몇 년간의, 혹은 평생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려간다.
그 달려가는 동안의 눈빛에 다양한 감정들이 차오른다.
간절함, 기도, 열정, 긴장, 믿음 어쩌면 분노가 보이기도 한다.
그 달려가며 반짝이는 한 쌍의 별들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괜스레 뭉클해지는 것과 동시에,
마음 한편의 부끄러움이 나를 찌른다.
나는 과연 저렇게 미치도록 무엇인가를 해본적이 있을까.
평생을 바쳐 노력할 최소한의 생각이라도 한 적이 있을까.
그보다는 차라리 잔머리를 굴리며, 누구나 겉으로 봤을 때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비어있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살아온 나를 지금이라도 바꾸기엔 이미 과대포장과 같은 자아가 익숙해져 포기할 수 없을것만 같다.
시상식에 울려퍼지는 애국가가 시상대에 당당하게 올라가 있는 선수들과 나를 비교시켜
내 부끄러움을 수치스러움으로 바꾸어 더 괴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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